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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한 7726명의 존재

정확하고 빠른 뉴스 2019. 5. 27. 08:30


1983년 10월, 건장한 체격의 청년 10여 명이 남산타워를 밧줄에 의지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기관총과 폭약이 가득한 배낭을 짊어진 채 말이죠. 짧은 머리를 한 이들의 옷차림은 한 눈에 보기에도 독특했습니다. 우리나라 군복이 아닌 북한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기때문입니다.


이들은 ‘벌초계획’이라는 작전명으로 북한에 파견될 북파공작원이었습니다. 같은 달 9일 미안먀 아웅산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17명의 한국인 사망하였는데 이에 대한 보복을 할 공작원이었던 것입니다.

북파공작원이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공작원 본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파견 전 머리카락을 자르고, 손톱과 발톱을 잘라 봉투에 넣은 후 유서까지 써놓았다고 합니다. 실로 비장한 분위기었습니다.


이전에도 북파공작원이 파견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군대에 가면 정신교육이라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으니 1976년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도끼만행 사건입니다. 북한 경비병이 도끼로 미군 2명을 살해하고 우리나라 장병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인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강력한 대응을 지시했었습니다.


당시의 코드네임은 ‘황금박쥐’였으며 공작원이 평양에 침투하여 김일성 집무실을 비롯한 우상화 상징 시설을 폭파하고 복한 고위 인사를 살해하는 것이 주 목표였습니다. 이때도 훈련 시설 내에 김일성 집무실과 북한 대사관 모형을 설치하여 실전과 같은 훈련이 이뤄졌습니다. 다만, 실제 파견 전 미국의 위세에 눌린 김일성이 사과하면서 실제 행동은 보류되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https://news.v.daum.net/v/20190501044230689?f=m  

 그렇다면 이토록 강력한 훈련을 받으며 목숨을 걸어야 했던 북파공작원들의 소속은 어디었을까요? 놀랍게도 이들은 대한민국 국군이 아닌 군번도 계급도 없는 민간인이었습니다. 이들의 수는 약 1만 3천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실제 작전에 투입되었고 돌아오지 못한 인원의 수가 무려 7,726명이 달합니다.

북한 124 특수부대원 김신조 / 현재 대한민국에서 목사로 활동 中 


그렇다면 왜 군인도 아닌 민간인이 고도의 훈련을 받고 목숨을 걸고 실제상황에 투입되었을까요?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최정예 남파공작원들이 우리나라에 침투하였습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종로경찰서장인 최규식 총경 등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또한, 같은 해 10월에는 울진, 삼척에 무장공비가 침투하여 국가의 치안을 혼란스럽게 하였습니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북한 특수부대를 능가할 대북 응징보복팀 창설을 결정하였습니다. 단, 해당 조직의 구성원은 군인이 아닌 조폭폭력배였습니다. 더불어 임무 완수 시 거액을 미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이나 20대 초반 청년들을 끌여들였습니다.

이들의 훈련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했다고 합니다. 기초 체력 단련을 위해 30kg의 모래배낭을 메고 각 발목에 5kg의 모래 주머니를 찼습니다. 또한, 행군 시 1시간에 13km를 주파해야 했습니다. 종전의 기록보다 떨어지면 재교육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훈련 중 사망하여도 국가는 책임지지 않았다고 하니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10개월 동안 인간의 한계에 달하는 훈련을 마치고 나면 실제 북한으로 파견됐습니다. 이들은 북한 지형이 익숙할 정도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2인 1조로 구성된 공작원은 북한의 동태를 살피고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침투에 대한 훈련은 있었는데 임무 완수 후 복귀에 대한 훈련은 없었으니 당시 이들이 어떤 용도였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면서 공식적으로 북파공작원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00년 대에도 침투 훈련은 이어졌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있습니다. 이제는 모두 60대의 나이를 넘긴 그들의 소원은 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국가에 바친 충성과 노고에 대한 공적 평가를 해달라는 것. 그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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